다이어트를 할 때 “식사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면 배가 금방 차니까 조금 먹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꽤 그럴듯한 이야기죠. 그런데 최근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성인들의 실제 식사 장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식사 중 물을 많이 마신 사람일수록 음식도 더 많이 먹는 경향이 확인된 건데요.
그렇다고 “밥 먹을 때 물을 마시면 살이 찐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물 섭취와 음식 섭취 사이의 관찰된 연관성이에요. 또 식사 30분 전에 물을 마시게 한 과거 연구에서는 연령에 따라 음식 섭취량이 줄어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을 얼마나 마시느냐 못지않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시는지가 중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코넬대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
이번 분석은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성인 86명이 참여했던 두 건의 식사 실험 자료를 다시 살펴본 연구입니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37세였고 여성은 61명이었습니다. BMI 기준으로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한 참가자는 38명이었어요. 즉 특정 체형의 사람만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기보다 다양한 성인이 포함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실험 자료를 분석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점심으로 소고기 칠리 또는 치킨 티카 마살라를 먹었습니다. 음식은 최대 650g, 물은 450g이 제공됐고 정해진 범위 안에서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단순히 식사 전후 무게만 확인한 게 아니라 식사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물을 마시는 횟수와 양, 한 모금의 크기, 음식과 물을 번갈아 섭취하는 패턴까지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핵심은 ‘물을 마셨는가’만 본 게 아니라 실제 식사 과정에서 물과 음식을 어떤 순서와 빈도로 섭취했는지까지 관찰했다는 점입니다.
물을 많이 마신 사람은 음식도 많이 먹었다
분석 결과는 흔히 떠올리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식사 중 물을 많이 마신 사람일수록 음식 섭취량도 더 많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를 이끈 코넬대 영양과학부 페이지 커닝햄 교수 역시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음식과 물을 더 자주 번갈아 섭취한 참가자들이 전반적으로 더 많은 음식을 먹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를 “식사 중 물이 과식을 일으킨다”라고 바로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이번 분석은 함께 나타난 행동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지, 물을 많이 마신 행동이 음식 섭취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한 실험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 분석 항목 | 관찰된 경향 | 해석할 때 주의할 점 |
|---|---|---|
| 식사 중 물 섭취량 | 많이 마신 사람일수록 음식 섭취량도 많은 경향 |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님 |
| 음식·물 교대 섭취 | 자주 번갈아 먹은 사람에게서 음식 섭취량이 많은 경향 | 식사 속도와 개인별 습관 등 다른 요인도 고려 필요 |
그래서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무조건 덜 먹는다”는 식의 조언을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음식과 물을 번갈아 먹는 행동도 관련됐다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물의 전체 양만큼이나 음식 한입과 물 한 모금을 번갈아 섭취하는 행동이었습니다. 한입 먹고 물을 마신 뒤 다시 음식을 먹는 패턴이 자주 나타날수록 음식 섭취량 역시 많아지는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비슷한 결과는 202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에서도 보고됐습니다. 성인 44명에게 양을 달리한 파스타와 물을 제공한 뒤 식사 행동을 분석했는데, 음식 한입과 물 한 모금을 번갈아 먹는 횟수가 한 번 늘어날 때마다 음식 섭취량이 평균 약 5.7g 많았고, 물을 10g 더 마실 때마다 음식 섭취량도 약 1.1g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이번 코넬대 분석에서는 식사 중 마신 물의 양과 음식 섭취량 사이에 같은 방향의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 음식과 물을 자주 번갈아 먹는 행동도 더 많은 음식 섭취와 관련됐습니다.
- 2023년 별도의 식사 실험에서도 비슷한 교대 섭취 패턴과 음식 섭취량의 관계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 다만 이런 결과만으로 물 자체가 음식 섭취를 증가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왜 물과 음식을 자주 번갈아 먹으면 음식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한 가지 원인으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앞선 연구진은 물이 입안에 남은 음식의 맛을 씻어내면서 다음 한입의 맛이 다시 선명하게 느껴지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다 보면 처음보다 맛의 자극이 익숙하게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데요. 중간에 물을 마시면 입안의 맛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다음 한입이 다시 새롭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는 가능한 설명 가운데 하나이며, 개인의 식사 속도와 평소 음료 습관, 음식의 종류 등 다양한 변수가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 현재 연구 결과는 식사 행동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지만, 물을 마시는 행동이 음식 섭취 증가를 직접 일으킨다고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식전 물 섭취 연구는 결과가 달랐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과거에는 “밥 먹기 전에 물을 마시면 덜 먹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번 코넬대 연구와는 물을 마시는 시점 자체가 다릅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진이 2007년 진행한 실험에서는 21~35세 성인 29명과 60~80세 성인 21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한 번은 점심 30분 전에 물을 마시고, 다른 날에는 물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여성에게는 375mL, 남성에게는 500mL의 물이 제공됐습니다.
| 구분 | 식사 중 물 섭취 연구 | 식전 물 섭취 연구 |
|---|---|---|
| 물을 마신 시점 | 음식을 먹는 도중 | 점심 약 30분 전 |
| 주요 관찰 결과 | 물을 많이 마신 사람에게서 음식 섭취량도 많은 경향 | 젊은 성인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고 고령층에서는 섭취 열량 감소 |
| 고령층 결과 | 해당 비교의 핵심 대상이 아님 | 물 미섭취 시 평균 682kcal, 식전 물 섭취 시 624kcal |
2007년 연구에서는 젊은 성인에게 식전 물 섭취에 따른 열량 섭취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고령층은 식전에 물을 마신 날 평균 섭취 열량이 약 60kcal 적었습니다. 같은 ‘물’ 이야기라도 식사 전에 마시는 것과 식사 도중 계속 마시는 행동을 동일하게 보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다이어트할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 중 일부러 물을 많이 마시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면 이번 연구 하나만 보고 물을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물을 많이 마시면 무조건 포만감이 생겨 식사량이 줄어든다”라고 기대하는 것도 현재 연구 결과와는 맞지 않습니다. 물은 정상적인 수분 섭취를 위해 필요하고, 식사량은 음식의 종류와 양, 식사 속도, 개인의 허기 상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결정합니다.
결국 이번 연구에서 실생활에 가져올 만한 포인트는 물을 식욕을 억제하기 위한 도구처럼 과하게 이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전체 식사 패턴을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체중 관리가 목적이라면 한 가지 행동보다 전체 섭취량과 음식 구성,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식습관을 함께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 갈증이 있다면 식사 중에도 필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물을 마십니다.
- 포만감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일부러 많은 양의 물을 반복해서 마시는 습관은 식사량 감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 음식과 물을 매우 자주 번갈아 먹고 있다면 자신의 식사 속도와 전체 섭취량을 함께 관찰해 봅니다.
-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면 특정 음료 습관 하나보다 전체 식사 패턴과 활동량을 함께 점검합니다.
- 개인의 건강 상태나 수분 섭취 제한이 필요한 질환이 있다면 일반적인 다이어트 조언보다 의료 전문가의 안내를 우선합니다.
코넬대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식사 중 물 섭취가 음식 섭취를 줄인다는 널리 알려진 조언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Appetite에 온라인 선게재됐으며, 제공된 자료 기준으로 2026년 11월호에 정식 수록될 예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식사 중 물을 마시면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나요?
이번 연구만으로 식사 중 물이 체중 증가나 다이어트 실패를 일으킨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에서는 물을 많이 마신 사람에게서 음식 섭취량도 많은 경향이 관찰됐지만, 물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밥 먹을 때 물을 아예 안 마시는 게 좋나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갈증이 있거나 음식과 함께 물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으며, 이번 연구의 의미는 포만감을 기대해 일부러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방법이 식사량 감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식사 전에 물을 마시면 식사량이 줄어드나요?
과거 연구에서는 식사 약 30분 전에 물을 마신 고령층에서 평균 섭취 열량이 감소한 결과가 있었지만 젊은 성인에게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령과 개인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어 식전 물 섭취를 체중 감량 방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핵심 정리
식사 중 물 마시기를 다이어트 비법처럼 생각했다면 이번 연구는 꽤 흥미로운 반전입니다. 물을 많이 마신 참가자와 음식·물을 자주 번갈아 섭취한 참가자에게서 오히려 음식 섭취량이 많은 경향이 관찰됐기 때문이에요. 다만 이것이 물 자체가 과식을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며, 식사 전에 물을 마신 과거 연구와도 조건이 다릅니다. 결국 한 가지 행동만으로 식사량을 조절하려 하기보다 전체 음식량과 식사 속도, 허기와 포만감 같은 자신의 식사 패턴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평소 밥을 먹을 때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인지, 실제 식사량에도 차이가 느껴졌는지 댓글로 경험을 나눠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