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은 무설탕 껌이나 식품, 음료, 구강관리 제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당알코올입니다. 그래서 ‘설탕 대신 선택하는 감미료’라는 이미지가 꽤 익숙하죠. 그런데 유럽심장학회가 2026년 8월 26일 공개한 자료에서는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주요 심혈관 사건이 더 많이 관찰됐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꽤 놀랍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자일리톨을 먹으면 심장마비가 생긴다”라고 결론 내리면 곤란해요. 이번 연구는 자일리톨 섭취를 무작위로 나눠 심혈관병 발생을 비교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혈중 농도와 이후 사건의 관계를 추적한 전향적 관찰 코호트 연구입니다. 연관성은 확인했지만 인과관계까지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또 날짜도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2026년 8월 26일 보도자료로 먼저 공개됐고, ESC Congress 2026의 해당 연구 발표 일정은 2026년 8월 29일로 안내돼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학회에서 이미 발표를 마쳤다”기보다 “학회 발표를 앞두고 결과가 공개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자일리톨 연구에서 확인된 핵심
이번 연구팀은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의 마르코 비트코프스키 박사 등이 참여했으며, 총 1만7710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대상은 캐나다 노화 종단 연구(CLSA)와 유럽 암 전향적 조사 EPIC-Norfolk라는 두 개의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참가자였습니다. 연구진은 혈액 속 자일리톨 농도와 이후 발생한 주요 심혈관 사건 사이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연구가 사용한 주요 결과지표는 단순히 ‘심장마비’ 하나가 아닙니다.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을 합친 주요 심혈관 이상사건을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그리고 두 코호트 모두에서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보다 이 복합 사건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방향을 보였습니다.
중요한 표현은 ‘자일리톨을 먹은 사람이 57% 더 위험했다’가 아니라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가장 높은 집단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더 높게 관찰됐다’입니다.
유럽심장학회가 공개한 원문 자료는 자일리톨과 심혈관 사건 연구 보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 역시 장기적인 심혈관 안전성을 판단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57%와 18%는 무슨 뜻일까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57%와 18%입니다. CLSA에서는 약 6년 추적 관찰 동안 혈중 자일리톨 농도 상위 25% 집단의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하위 25%보다 57%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연령, 성별, 흡연, 지질 수치, 당뇨병, 고혈압 등 알려진 위험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이러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코호트 | 추적 기간 | 상위·하위 집단 비교 |
|---|---|---|
| CLSA | 약 6년 |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 57% 높게 관찰 |
| EPIC-Norfolk | 최대 약 30년 |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 18% 높게 관찰 |
EPIC-Norfolk에서도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집단의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가장 낮은 집단보다 18% 높게 나타났습니다. 중간 농도 집단까지 함께 분석했을 때는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높아질수록 사건 발생률도 증가하는 방향이 관찰돼 연구진은 용량 의존적 관계를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개인에게 그대로 대입해서 “자일리톨 껌을 먹으면 내 심장마비 확률이 57% 올라간다”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연구에서 비교한 것은 개인이 섭취한 자일리톨의 양 자체가 아니라 측정된 혈중 자일리톨 농도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연관성과 인과관계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
이번 결과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관찰연구는 두 현상이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지만, 한쪽이 다른 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일리톨은 음식으로 섭취할 뿐 아니라 사람 몸의 포도당 대사 과정에서도 소량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혈중 농도를 단순히 ‘먹은 양’과 동일하게 볼 수도 없습니다.
- 연구는 자일리톨 섭취량을 무작위 배정한 장기 임상시험이 아닙니다.
- 분석의 핵심 지표는 섭취량이 아니라 혈중 자일리톨 농도였습니다.
- 알려진 심혈관 위험 요인을 보정했어도 측정하지 못한 다른 변수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 따라서 현재 결과는 심혈관 안전성을 더 연구해야 한다는 신호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연구 결과가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두 대규모 코호트에서 같은 방향의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다만 건강 정보에서는 “연관성이 발견됐다”와 “원인으로 입증됐다” 사이의 간격을 지키는 게 정말 중요해요. 특히 자일리톨을 당장 위험물질처럼 규정하거나 모든 사람이 즉시 끊어야 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혈소판과 혈전 연구는 무엇을 보여줬나
이번 관찰 결과가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이전 연구에서 자일리톨과 혈소판 반응을 살펴본 실험 결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연구진은 2024년 연구에서 혈중 자일리톨 수치와 주요 심혈관 사건의 연관성을 관찰했고, 실험실 연구와 동물모델에서는 자일리톨이 혈소판 반응성과 혈전 형성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의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건강한 지원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중재 실험에서도 자일리톨 음료 섭취 후 혈중 농도가 크게 올라가면서 혈소판 반응성 지표가 증가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가능한 생물학적 기전을 탐색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그 자체로 장기간 자일리톨 섭취가 실제 사람에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관찰연구의 연관성과 혈소판 관련 기전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장기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껌·식품·치약은 어떻게 봐야 할까
자일리톨은 체내에서도 소량 만들어지고 일부 식품에도 소량 존재합니다. 동시에 무설탕 식품과 음료, 껌, 구강관리 제품 등에는 감미 목적으로 더 많은 양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유럽심장학회 자료는 제품에 첨가되는 자일리톨의 양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양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제품·상황 | 현재 연구로 말할 수 있는 것 | 단정하기 어려운 것 |
|---|---|---|
| 무설탕 껌·식품·음료 | 자일리톨이 첨가될 수 있어 원재료 확인 가능 | 특정 제품 섭취가 심혈관병을 직접 일으킨다는 결론 |
| 치약·구강청결제 | 자일리톨이 들어가는 구강관리 제품이 있음 | 이번 코호트 연구만으로 제품 사용의 심혈관 위험을 판단하는 것 |
|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자일리톨 | 체내 대사 과정에서도 소량 생성될 수 있음 | 혈중 농도를 섭취량과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 |
특히 치약이나 가글에 대해서는 조심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치약이나 구강청결제를 사용한 사람의 심혈관 사건 위험을 비교한 연구가 아니므로, 이 결과만으로 “구강용 자일리톨은 완전히 안전하다”거나 반대로 “위험하다”라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제품은 표시된 사용법에 맞게 사용하고 삼키지 않도록 안내된 제품이라면 그 사용법을 따르는 것이 기본입니다.
지금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선택
이번 결과를 보고 자일리톨이 들어간 제품을 모조리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할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설탕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고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은 한 종류의 감미료를 건강식품처럼 과신하지 않고, 가공식품의 원재료와 전체 섭취 패턴을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 ‘무설탕’이라는 표시만 보고 많은 양을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껌, 음료, 간식 등 자주 먹는 제품의 원재료명에서 자일리톨과 다른 감미료 사용 여부를 확인합니다.
- 감미료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전체 식사에서 단맛과 가공식품 의존도를 함께 돌아봅니다.
-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식사나 치료를 크게 바꾸지는 않습니다.
- 심혈관병 고위험군이거나 식사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담당 의료진과 개인 상황에 맞는 섭취 방법을 상담합니다.
결국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자일리톨은 위험하니 금지하라’에 가깝다기보다, 오랫동안 널리 사용된 감미료라도 장기적인 심혈관 안전성을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쪽입니다. 후속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공포보다는 적정 섭취와 전체 식생활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자일리톨 치약이나 가글도 심혈관병 위험이 있다는 뜻인가요?
이번 연구는 특정 치약이나 구강청결제 사용자가 심혈관병에 더 잘 걸리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구강관리 제품의 사용 위험을 판단할 수 없으며, 삼키지 않도록 안내된 제품은 표시된 사용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병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자일리톨을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현재 관찰연구만으로 모든 사람이 자일리톨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무설탕’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량 섭취하지 말고, 당뇨병 등으로 식사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 상태와 치료 계획에 맞춰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심혈관병 고위험군은 자일리톨을 피해야 하나요?
이번 결과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지만 자일리톨 회피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예방한다고 입증한 연구는 아닙니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나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감미료 하나만 따로 판단하기보다 전체 식사와 기존 위험인자 관리에 대해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자일리톨 심혈관 위험 연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7%와 18%라는 숫자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입니다. 1만7710명을 분석한 두 코호트에서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높은 사람의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더 높게 관찰된 것은 분명 주목할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자일리톨 섭취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모든 자일리톨 제품을 끊기보다는 ‘무설탕이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전체 식사에서 단맛과 가공식품 섭취를 점검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첫 행동입니다. 평소 자일리톨 껌이나 무설탕 제품을 얼마나 자주 드시는지, 이번 연구를 보고 어떤 점이 가장 궁금했는지도 댓글로 나눠주세요.
